[수필] 노영희 "반포지효(反哺之孝)"
[수필] 노영희 "반포지효(反哺之孝)"
  • 노영희 서정여성문인회 회장/화성시 은빛독서나눔이
  • 승인 2021.01.1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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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민일보』 베란다에서 빨래를 걷다가 갑자기 어두워지는 느낌이 들어 밖을 보다가 너무 놀라웠다. 검은 물체가 하늘을 가득 메우고 바람의 물결처럼 빙빙 원을 그리며 돌고 있다. 무수히 많은 까만 점들이 유리창으로 돌진하는 것 같았다. 순간 공포스러워 거실로 뛰어 들어가 거실 문을 닫았다. 

밖은 여전히 검은 하늘과 검은 점들이 베란다 창가를 울음소리를 내며 맴돌았다. 너무나 많아 점 같은 것은 까마귀였다. 까마귀 무리는 어두움에 조금씩 묻혀 갔다.

까마귀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는데 어디서 우리 동네로 왔을까. 언제인가 티브이에서 도심에서 까마귀가 겨울을 나고 있다는 뉴스를 시청한 적이 있다. 혹시 그때 이웃한 도시의 까마귀가 아닐까. 아니면 먹이가 많아서 왔나. 신기하기만 했다.

새해가 꿈과 희망으로 다가왔는데 까마귀 얘기를 한다는 게 어색하기는 하지만 까마귀에 대한 전해 내려오는 시조나 유래가 있다. 까마귀 하면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선입견이 있었다. 불길하다든가 조금은 무서운 흉조로 알았고 속이 검다는 비유를 하기도 했다. 저녁 때 전깃줄에 빼곡이 앉아있는 까마귀를 올려다보았다. 온몸이 새까맣고 어디 한군데 하얀 곳이 없었다. 

새롭게 알게 된 명나라의 이시진이 질병의 치료에 쓰이는 약물을 관찰ㆍ수집하고 문헌을 참고하여 저술한 의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까마귀의 효심을 ‘반포지효(反哺之孝)’라고 실려 있다 한다. 까마귀가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먹이는 효성을 말한다. 늙어 허약한 까마귀 부모에게 자식 까마귀들이 물을 물고 와 어미 까마귀에게 입에 넣어주고 먹을 것을 잡아다 먹이고 소화가 잘되는 물고기를 먹였다고 한다. 효도하여 부모의 공을 갚는다는 것이리라.

까마귀가 동네의 전깃줄을 집으로 여겨 아침이면 어디론가 날아갔다가 날이 저물면 날아온다. 우리 동네로 이사 온 것이다. 잠시 머무는 것일지라도 까마귀의 효심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시끄럽고 배설물 때문에 지저분하기는 하지만 까마귀의 살아가는 평범한 그들만의 질서를 바라본다. 

부모님께 효도하는 분들을 보면 눈물이 난다. 나는 왜 효도를 못했을까. 이기적이어서였을까.

구정 때는 산소로 찾아뵙고 못다 한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려드려야겠다.

경기도민일보, KG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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