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호태 시인 ‘한반도 소나타-돈키호태 유람35’
[기고] 우호태 시인 ‘한반도 소나타-돈키호태 유람35’
  • 경기도민일보
  • 승인 2020.12.1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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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이천, 광주도자기 고을에서
우호태 시인
우호태 시인

돈키:기(氣)를 기(技)로 나타낸 기(器)가 도자기야. 상감문양의 비취빛 청자, 신안 앞바다 보물선 인양, 도예가 심수관 내한, 도자비에날레…. 그 도자기(陶瓷器) 전통을 잇는 고을에 가보자구.

호새:도기는 뭐고 자기는 뭐예요?

돈키:산소를 충분히 공급해 연료가 소모되는 산화소성 방식은 도기라 하고 산소를 차단해 불완전 연소를 통해 발색을 유도하는 환원소성 방식은 자기라 하지. 그 환원 방식에 의해 그 유명한 청자나 백자가 탄생한대. 

호새:광주, 여주, 이천지역에 따라 생산된 도자기가 다른가 봅니다.

돈키:흔히 광주는 왕실도자기를 주로 생산하고 여주, 이천은 생활도자기를 생산했다네. 전통을 살려 이 세 지역에 도자기 비엔날레 축제가 열려 명성을 얻고 있어. 

호새:원래 토기에서 비롯된 그릇 아닌가요?

돈키:그래 맞아. 고대 고분에서 발견되는 토기들에서 알 수 있지. 토기는 정주문화의 사료야. 정주생활은 식량을 저장하는 그릇이 있어야 하거든. 점차 기술이 발전해 햇볕에 말리던 공정이 색 재료를 흙에 섞거나 유약에 섞어 가마에 굽는 과정에 이른 거지. 특히 왕실과 귀족사회에서 사랑받던 고려 상감청자는 기법이 독특해 국제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높게 평가받는 예술품이야. 고려시대 도공의 기술이 뛰어나다는 거지. 송나라 사신 서긍이 저술한 ‘선화봉사고려도경’은 고려견문록인데, 상감청자 우수성에 자주 인용돼. 조선시대는 청화백자가 유명하잖아. 기술이 뛰어나니 임란ㆍ정유란에 많은 도공들이 일본으로 끌려갔어. 그 후손 중 맥을 이은 한 분이 심수관이란 도예인이야.

호새:도자기도 그릇인데, 뭘 그리 애지중지하나요?

돈키:기본적으론 생활필수품이지. 자연을 화폭과 병풍에도 그렸지만 그릇에도 담아 거실이나 서재에 어울린 장식품이야. 품격을 낳는 거지. 이즘 흔한 플라스틱 제품과는 차원이 다른 선인의 손길이 남은 자산이야. 더구나 강태공의 전매특허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이나 ‘대기만성(大器晩成)’에 담긴 정신과 품위도 바로 그릇을 비유하는 거잖아. 

호새:그런 전통마을 여주, 이천, 광주라 남한강 물줄기가 수려(水麗)해 수라상에 오를 만큼 쌀이 유명한가 보네요.

돈키:쌀만 그렇겠어. 고사찰을 비롯한 역사지가 많아. 세상을 들먹인 왕년의 큰 주먹들도 꽤 있었어.

호새:질그릇이 우리 생활용기 아닌가요?

돈키:흙으로 구워 만든 그릇이니 우리네 모습이야. 투박하지만 쓰임새가 많았어. 어린 시절 돌팔매질하다 장항아리나 김칫독을 깨곤 해서 야단맞았어. 깨지기 쉬우니 성경에선 인간을 질그릇에 비유해. 흙의 변화인 토기든 도자기가 되었든 근본은 쓰임새야. 강아지 밥그릇이냐 예술품이냐는 소유주체 나름이지. 

호새:연적, 주전자, 술병, 항아리, 탁자… 참 다양한 모양으로 우리 곁에 있네요. 

돈키:으레 대청마루나 서재에 놓인 도자기가 그 집의 품격을 나타냈어. 자연미 넘치고 색감 배어나는 독특한 기술의 장인정신이 깃든 예술품이야. 내 기운을 기예로 표현한 그릇이니 자기 삶이라 봐야지. 

호새:그럼, 제 그릇은 뭐에요?

돈키:네 속을 어찌 알겠니. 용마(勇馬)도 비마(飛馬)도 있다만 그냥 애마(愛馬)가 좋잖아!

호새:제일 값나가는 골동품은 얼마나 될까요?

돈키:값도 값이려니와 그런 가치는 오랜 세월만은 아니야. 혼이 스민 높은 예술성의 평가지. 허니 천년의 고려청자나 조선백자의 이름이 국제경매차트에 상위 랭크된 거야. 도공의 장인정신도 세월을 건너온 거야.

호새:그럼, 인간의 이름값은 얼마나 될까요?

돈키:글쎄. 

 

경기도민일보, KG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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