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호태 시인/한반도 소나타-돈키호태 유람 34 ‘경기 광주 남한산성에서’
[기고] 우호태 시인/한반도 소나타-돈키호태 유람 34 ‘경기 광주 남한산성에서’
  • 우호태 시인
  • 승인 2020.12.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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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새:긴 시간 돌아들며 들은 게 많아요. 

돈키:글쎄, 많은 것을 보았어도 오히려 단순할 수 있어. 무엇을 보고 듣든 전체의 일부분에 불과하잖아. 사건보다는 왜 일어났나 그 흐름을 살피는 게 역사공부고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물음이야. 

호새:수어장대(守禦將臺)는 왕궁을 지키기 위해 지휘하는 곳 아닌가요?

돈키:장대는 여러 산성에서 볼 수 있어. 이곳의 수어장대는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큰 곳이야. 후금(청)과 대항하기 위해 '수어'가 말해주듯 왕이 머문 궁성이거든. '남한산성' 영화를 봤으면 알거야. 대의를 위해선 순간의 치욕을 감내하며 항전해야 한다는 김상헌(김윤석 분)과 군주라면 백성을 위해서 무엇인들 못하겠냐며 후일을 도모하자는 최명길(이병헌 분) 사이에 고심하는 인조(박해일 분)의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어. 

호새:참 어려워요. 돈키님은 어느 쪽이에요?

돈키:네 관점을 먼저 말해보렴. 명분이냐? 실리냐? 그보단 왜 그 지경에 이르렀는지가 답답하지. 개인 삶에도 그런 경우가 종종 일어. 늘 어려운 선택이구.

돈키:임진ㆍ정유왜란을 겪은 지 불과 1세기 남짓 후에 정묘ㆍ병자호란을 겪은 거잖니. 전쟁이 하루아침에 일어났겠어? 그동안 무엇을 대비했는지 살펴야지. 당시 타짜들의 식견이나 시대배경,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백성들의 사기야. 단순히 치욕의 삼전도비(三田渡碑)라든가 영웅에 매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어느 시대나 전쟁 중 타짜들의 뒷모습을 볼 수 있어. 뭐니 해도 군주가 명군이어야 해. 경청과 수양을 담은 성(聖)자가 성군(聖君)에 붙는 이유겠지. 백성과 나라를 위해 필요충분조건이야.

호새:일상 하나하나를 잘하란 뜻인가요.

돈키:우리네 범부야 그리저리 사는 거지만 타짜들은 백성과 나라의 미래를 품어야겠지. 외눈박이라면 백성의 삶이 고달퍼. 기억으론 올림픽 예선전일거야. 실점 후 000 선수가 수비수 잘못으로 책임지우기보다 그리되지 않도록 전 선수가 상대편 공격 흐름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드만. 테스형을 불러댄 가수도 그리 얘기하드라. 민초들이 깨어야 한다구. 

호새:눈, 귀 열어 흐름을 읽으란 뜻이네요. 웹서핑을 할까요? 윈드서핑을 할까요?

돈키:저 무망루(無忘樓) 현판을 봐봐. 영조 때 설치되었다네.

호새: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의 치욕을 잊지 말자는 뜻인가 봐요. 그 뜻 이루려 사도세자마저 뒤주에 가뒀나 봐요. 된서리 내리고 잠도 오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돈키:일설에 왕권보다 신권이 우위였던 시기라니 흔히 말하는 당파싸움으로 추론할 뿐이야. 권력과 패거리 욕망이 비벼져 사건을 만들고 백성은 멍이 드는 거지.

호새:저편 남한강이 흐르니 인조(仁祖)의 눈물이 보태졌겠어요?

돈키:무망루나 삼전도비든 어찌 보면 이 땅의 주홍글씨인 셈이지. 백성들이 얼마나 많은 피눈물을 흘렸겠어. 그나마 눈물조차도 흘리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을 거구. 때론 부족한 인간이라 우주의 이치를 거스리곤 하지. 사회는 늘 갈등이 일어. 상상해 보렴. 보태고 부추기면 얼마나 갈등이 심할까를. 

돈키:저 멀리 한강 너머엔 북한산성이 있어. 세상은 다 짝이 있는 거야. 젓가락, 신발… 쌍을 이루어야 세상이 돌아가는 거고. 노래도 있드만 ‘남한산성 올라가… 꾀꼬리도 짝을 지어…’. 제짝을 이루어 세상을 나는 게 이치지.

호새:지난 여름에 왔을 때 도토리묵무침과 막걸리가 딱이드만요. 오늘은 막국수와 어때요?

돈키:초입에 국화빵 팔던데 사올 걸 그랬나보다. 그래, 관광지는 먹거리도 한몫이야. 얼른 먹고 해떨어지기 전에 가자구.
 

경기도민일보, KG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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