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윤필 내외건축사무소 대표 ‘산속의 명경’
[기고] 이윤필 내외건축사무소 대표 ‘산속의 명경’
  • 경기도민일보
  • 승인 2020.11.2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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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필 내외건축사사무소 대표
이윤필 내외건축사사무소 대표

사르락 사르락 툭툭…

가랑잎 떨어지는 소리가 뒤를 쫓는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조락의 계절 가을의 끝자락이다. 단풍이 지고 노을빛이 더욱 황홀하다. 저만큼 뒤에서도 들리던 소리가 아직 곁에 여전하다. 주택가 지척인데 고라니가 바스락대며 멀어져 간다. 산새는 모습을 감춘 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찌르 찌르륵… 

산은 깊은 것일까? 높은 것일까?

도심 가까이 산들은 높지도 깊지도 않다.

하지만 조금만 걸어 들어서도 고요하다. 물처럼 깊이가 있는지 명경지수처럼 자신의 내면을 비추어볼 수 있다. 거울 앞에 서면 흐트러진 자세나 겉치레에 티끌까지도 낱낱이 보이는 것처럼. 

그뿐이랴? 고요하니 내 몸이 낱낱이 투영되어 바른 자세로 교정도 해보고 먼지도 털어낸다.

그렇다. 산중에 깊이 들어서면 모든 것이 고요를 맞아 조용히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시간이 가능하다. 일상을 돌아보며 삐뚤어진 자화상을 교정하곤 한다. 가끔씩 광교산을 찾는,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그 다름이 내 안에 있었다.

단체로 산행을 할 때에는 오전에 오르고 개인 산행은 주로 오후에 즐긴다. 왜 사람들은 구태여 오전에 기를 쓰고 산행을 하는 걸까? 

오후에 피치 못할 약속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저 산행을 해치운다는 생각으로 오르는 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마저 든다.

오후 산행은 실용적이거나 유용한 면이 있다. 우선 일주일간의 지친 몸을 충분히 쉬게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충분한 취침과 식사를 한 후 찾는 오후엔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다. 산중의 고요에 명상도 하고 자연을 만끽한 후 하산해 몸을 씻고 휴식을 취하면 된다.

면역력 증강에 도움 주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질인 ‘피톤치드’도 오후 2시경에 가장 많이 방출된다지 않는가.

한번 해보시라. 산중에서 텅 빈 자유와 여유를 느끼며 자신의 삶을 만나보시라. 어떻게 바쁘게 살아왔는지? 삶의 지표가 깊은 그곳에 있으리니. 

높은 산이 아니어도 좋다. 자주 갈 수 있으면 명산이고 성산(聖山)이다. 여우골도 좋고 광교산도 좋다.

경기도민일보, KG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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