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영희(서정여성문인회 회장/화성시 은빛독서나눔이) 까치의 장례식 
[기고] 노영희(서정여성문인회 회장/화성시 은빛독서나눔이) 까치의 장례식 
  • 노영희
  • 승인 2020.11.1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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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민일보] 아침 일찍 원룸 단지에서 까치가 요란하게 울어대었다. 바라보니 까치가 담장에 올라앉아 울부짖으며 날개를 파닥거린다. 담장 아래를 내려다보며 언듯 보기에도 도와달라거나 여기를 보아달라는 몸짓 같았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많은 까치가 한 곳을 향하여 울부짖으며 날아올랐다가 내려앉으며 목 놓아 울었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울음소리가 애절하고 슬픈 것 같아서 까치 시선을 보니 담장 아래 화단이었다.

그곳은 꽃이나 나무도 없는 풀이 웃자라서 엉켜 있어 무엇이 있는지 잘 안 보였다. 도대체 뭐가 있길래 저리 울부짖을까 의문이 생겨 풀을 헤집어가며 자세히 보니 까치가 죽어 거꾸로 박혀있었다. 어머나, 이 일을 어쩌나 하며 돌아 나오려 하는데 까치들이 공격하듯 나를 보며 더 울어대었다. 그 순간 나보다 낫구나, 죽은 까치가 동료인지, 부모인지 몰라도 저렇게 애달파 하다니.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무섭고 두렵지 아니한가. 무서워서 달아날 미물도 모두 달려와 애도를 하는구나. 슬픔의 표현이란 걸 알았다.

성이 난 듯 까치들은 나를 향하여 날아와 사납게 덤벼들 듯 울어댔다. 정신이 없을 정도로 내 주위에서 날아다니며 울었다.

이왕이면 좋은 곳에 묻어주고 싶었다. 여기저기 돌아보다가 명당자리를 찾았다. 근처 밭둑에 묻기로 하고 다시 화단으로 가서 까치를 옮겨야 하는데 정말 그게 맨 정신에는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한 사람 두 사람 다가와서 물었다. 나도 모르게 ‘까치 장례 치러주려고요’ 하니 같이 하면 좋겠다며 도와주었다. 나뭇가지를 주워 땅을 파고 있는데 까치들이 쫓아와서 더 심하게 울어대었다. 아마 우리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까치를 편하게 눕혀놓고 ‘멋진 곳으로 가서 잘 살거라’ 하고 흙을 덮어주었다. 그때서야 까치들이 다른 곳으로 날아가서 보이지 않았다. 함께 땅을 파며 지켜보던 사람들은 ‘사람보다 낫네’ ‘좋은 곳으로 가거라’ 한마디씩 하고는 가버렸다. 

까치는 사람들 주변에 살면서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는 길조이다. 은혜를 갚을 줄도 알며 칠월칠석 신화에는 견우와 직녀를 만나게 해주려 하늘로 올라가 오작교 다리도 놓아준다고 한다.

생각지도 않게 까치를 묻어주고 오면서 까치들의 울음소리와 마지막까지 슬퍼하고 지켜주는 까치들의 질서에 많은 걸 배웠다. 사람도 가족이 없으면 무연고 장례식을 치러주시는 단체가 있다고 들었다. 가시는 저승길을 정성을 다하여 보내드린다고 한다. 까치도 가족이 배웅하며 잘 가라고 우는 것이리라.

까치들이 간혹 몰려다니며 피해를 주는 일이 있어도 아름다운 마음의 눈으로 보아주고 싶다.

경기도민일보, KG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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