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호태 시인 / 한반도 소나타-돈키호태 유람 18 “정동진에서“
[기고] 우호태 시인 / 한반도 소나타-돈키호태 유람 18 “정동진에서“
  • 경기도민일보
  • 승인 2020.10.1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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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민일보] “일어나, 어여 일어나. 새해 봐야지! 일출 보느라 피곤한 몸 추스르며 새벽 잠 설친 게 엊그제 같은데 가을이 깊어가네요. 세상 좋아지네요. KTX 타고 이곳까지 오네요.”

“그래 최소한 이틀 여정이 한나절 거리의 쉼터가 되었어.”

“인간에게 새해가 있을지 몰라도 자연은 늘 그곳에 있는 거라 말씀하셨죠.”

“그래 그러니 푸근하고 자연을 벗하면 마음이 뉘여 편안하지. 실상 눈부시게 떠오르는 해도 늘 그곳에 있어. 우리 눈에 그렇게 비추어지는 거지. 오감 중 시각을 통해 황홀한 햇살과 온몸이 젖어드는 촉감, 그로 인해 벅차오르는 감정을 맞는 거야. 영적 감각을 지닌 분들은 아침이면 어둠을 비집고 깨어나는 해의 숨소리를 들을 거야.”

“그래서 그 깨어나는 해의 기운을 맞이하기 위해 이곳에 오는 모양이네요.”

“해가 깨어나니 내 가슴에도 차오르는 그 무엇에 내 자신도 깨어나는 거야.”

“그런데 왜 하필이면 정동진(正東津)이죠?”

“응, 서울 중심으로 딱 동쪽 중앙에 위치한 나루란 뜻이야. 이왕이면 청정심(淸淨心)의 표상인 바른 마음자세를 새해를 맞이하며 정동진에서 맞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야. 바로 마음자리 근본의 상하가 교합된 바를 정(正)자가 붙은 정동(正東)이거든. 호미곶을 비롯해 해돋이 장소는 유명하여 전국에 산재해. 해야 같은 것이니 ‘내’ 장소에 따라 의미를 부여하는 거지. 훌륭한 분들은 가슴에 늘 태양을 품고 다닌다고 하잖아. 자칭 타칭으로 태양의 자식이라고 부르잖아.”

“예전에는 아이들 그림을 보면 대개 해와 달을 그렸잖아요.” 

“그건 오랜 자연 숭배에서 비롯된 것일 테지만 이즘도 힘찬 기상을 상징하거나 소원을 비는데 해와 달이 등장하잖아. 정면으로 마주하는 떠오르는 아침 태양이 마치 우리 한반도의 기상이야. 이곳이 바로 정동진이야. 하늘 우러르며 태양을 보며 두 팔 벌려 대자연을 품는 거야. 백두대간의 기세와 떠오르는 태양의 기상이 솟는 곳이라 사람들이 찾아오잖니?”

“화성 서봉산, 무봉산, 국화도, 오산 독산에서도 해맞이 했잖아요.”

“그래 우리가 사는 지역, 화성(華城)을 가차하면 별나라 화성(火星)이잖아. 태양도 별이야. 그러니 별나라에서 바다에서 솟는 별을 보러온 거야. 화성은 정서진에서 비켜서지만 ‘궁평낙조’가 유명하잖니. 옛적엔 ‘황금대부낙조’라 해서 ‘남양팔경’ 중의 하나였으니 일출과 낙조가 짝을 이룬 셈이야.”

“정동진의 짝이 서동진이 아니에요?”

“임마! 서동진이는 강릉 사는 군대 동기야.”

“아, 수년 전 주인님이 화성에서 강릉까지 걸어서 한반도 횡단할 때 강원도 옥수수로 허기 달래준 친구 분 말이죠?”

“그래. 그 친구뿐만 아니라 강원도 분들은 백두대간 산바람 쐬어 그런지? 아니면 동해의 넓은 바다 뜰을 두어 그런지 심성들이 밝더구만.”

“오랜만에 왔으니 백사장이나 걸어보자구요.”

“좋지! 인간에게 가장 원시적인 촉감이 남아있는 이곳까지 오느라 수고한 발바닥에 오랜만에 자연 맛을 선사할 꺼나.”

“모래밭의 연인들은 영원한 하트도 그리구 그러던데요? 우리도 그려보자구요.”

“안개도 피어나지 않는 대낮인데 ‘애마부인7’ 영화 신 찍냐?”

“아니 이왕 바다온거니 우리도 상상해보자구요. 파도소리 들리고 갈매기도 춤추고 햇살도 좋고 바람도 선선하니 가을날 바다 풍경으론 딱이네요. 아니면 노래 한 곡조 뽑던지요.”

“그래, 잘 들어봐. 바닷가 모래밭에 손가락으로 … 당신을 그립니다. … 알 수 없는 당신의 마음” [당신의 마음] 중에서

“답가로 불러볼게요.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 동그랗게 맴돌다가는 얼굴” [얼굴] 중에서

“가자가자 바다로 가자 동해 바다로, 해야 해야 솟아라 고운 해야 솟아라! 정동진 아침 해를 보는 자, 천년 세월의 백사장을 걷는 자, 천년 혜안을 얻으리라!”

경기도민일보, KG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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